예배를 드리러 - 백무산

사는 얘기 2012. 6. 26. 03:52




예배를 드리러



백무산



시골 장거리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일용한 양식들이 흙 묻은 발은 막 털고 나온 곳

목숨의 세세한 물목들이 가까스로 열거된 곳


졸음의 무게가 더 많이 담긴 무더기들

더 잘게 나눌 수 없는 말년의 눈금들

더 작게 쪼갤 수 없는 목숨의 원소들

부스러기 땅에서 간신히 건져올린 노동들

변두리 불구를 추슬러온 퇴출된 노동들


붉은 내장들 엎질러져 있고 비늘이 벗겨지고

벌건 핏물에 담긴 머리통들이 뒹구는 곳

낡은 궤짝 제단 위에 염장을 뒤집어쓰고 누운 곳


보자기만한 자릿세에 졸음의 시간들이 거래되는 곳

최소 단위 혹은 마이너스 눈금이 저울질되는 곳

저승길 길목 노잣돈이 욕설로 에누리되는 곳

시간이 덕지덕지 각질 입은 동작들 추려서 아이들 입에

한술이라도 더 넣어주고 가고 싶은 애간장이 흥정되는 곳


세상에서 가장 선한 예배당에 

까무룩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계단을 밟고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 백무산, 『그 모든 가장자리』, 창비시선 345,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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