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2.06.26 예배를 드리러 - 백무산
  2. 2010.02.02 山宿 - 白石
  3. 2009.10.12 사랑노래 - 노찾사
  4. 2009.10.06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3)
  5. 2009.10.01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2)
  6. 2009.09.12 통한다는 말 - 손세실리아
  7. 2009.08.28 혜화경찰서에서 - 송경동 (2)

예배를 드리러 - 백무산

사는 얘기 2012.06.26 03:52




예배를 드리러



백무산



시골 장거리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일용한 양식들이 흙 묻은 발은 막 털고 나온 곳

목숨의 세세한 물목들이 가까스로 열거된 곳


졸음의 무게가 더 많이 담긴 무더기들

더 잘게 나눌 수 없는 말년의 눈금들

더 작게 쪼갤 수 없는 목숨의 원소들

부스러기 땅에서 간신히 건져올린 노동들

변두리 불구를 추슬러온 퇴출된 노동들


붉은 내장들 엎질러져 있고 비늘이 벗겨지고

벌건 핏물에 담긴 머리통들이 뒹구는 곳

낡은 궤짝 제단 위에 염장을 뒤집어쓰고 누운 곳


보자기만한 자릿세에 졸음의 시간들이 거래되는 곳

최소 단위 혹은 마이너스 눈금이 저울질되는 곳

저승길 길목 노잣돈이 욕설로 에누리되는 곳

시간이 덕지덕지 각질 입은 동작들 추려서 아이들 입에

한술이라도 더 넣어주고 가고 싶은 애간장이 흥정되는 곳


세상에서 가장 선한 예배당에 

까무룩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계단을 밟고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 백무산, 『그 모든 가장자리』, 창비시선 345,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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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宿 - 白石

NUDA POTENZA 2010.02.02 16:59


山宿


旅人宿이라도 국수집이다
모밀가루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어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木枕들을 베여보며
이 山골에 들어와서 이 木枕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골과 生業과 마음들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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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노래 - 노찾사

흥얼흥얼 2009.10.12 04:49






뿌연 가로등 밤안개 젖었구나
사는 일에 고달픈 내 빈 손  
온통 세상은 비 오는 차창처럼
흔들리네 삶도 사랑도
울며 떠난 이 죽어 떠난 이
나도 모르네 털리는 가슴도
하나 없어라 슬픈 사랑노래여
심장에서 굳센 노래 솟을 때까지

공장 불빛은 빛을 바래고
술 몇 잔에 털리는 빈 가슴
골목길 지붕 어두운 모퉁이
담장에 기댄 그림자 하나
어떻게 하나 슬픈 사람들아
뭐라고 하나 털린 가슴으로
하나 없어라 슬픈 사랑노래여
심장에서 굳센 노래 솟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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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리토르넬로 2009.10.06 03:36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Mary Elizabeth Frye
http://en.wikipedia.org/wiki/Mary_Elizabeth_Fr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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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리토르넬로 2009.10.01 03:02


하…… 그림자가 없다



김수영



우리들의 敵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敵은 카크 다글라스나 리챠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惡漢이 아니다

그들은 善良하기까지도 하다

그들은 民主主義者를 假裝하고

자기들이 良民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選良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會社員이라고도 하고

電車를 타고 自動車를 타고

料理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웃고 雜談하고

同情하고 眞摯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原稿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海邊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散步도 하고

映畵館에도 가고

愛嬌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우리들의 戰線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戰線은 당게르크도 놀만디도 延禧高地도 아니다

우리들의 戰線은 地圖冊 속에는 없다

그것은 우리들의 집안 안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職場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洞里인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焦土作戰이나

「건 힐의 血鬪」 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나 싸우고 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거리를 걸을 때도 歡談을 할 때도

장사를 할 때도 土木工事를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

풋나물을 먹을 때도

市場에 가서 비린 생선냄새를 맡을 때도

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

戀愛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授業을 할 때도 退勤時에도

싸일렌소리에 時計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차있다

民主主義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民主主義式으로 싸워야 한다

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民主主義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 그림자가 없다

 

하…… 그렇다……

하…… 그렇지……

아암 그렇구 말구…… 그렇지 그래……

응응…… 응…… 뭐?

아 그래…… 그래 그래.

 

<196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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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다는 말 - 손세실리아

사는 얘기 2009.09.12 06:11


통한다는 말




손세실리아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말도 드물지

두고두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 또한 드물지



그 속엔

어디로든 막힘없이 들고나는 자유로운 영혼과

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위로의 손길이 담겨 있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도 통한다 하고

물과 바람과 공기의 순환도 통한다 하지 않던가



거기 깃든 순정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사랑해야지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늑골이 통째로 묵지근해지는 연민의 말도 드물지

갑갑한 숨통 툭 터 모두를 살려내는 말 또한 드물지




전태일열사 탄생 60주년 기념시집 <완전에 가까운 결단>
백무산, 조정환, 맹문재 엮음 / 2009년 / 갈무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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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경찰서에서 - 송경동

NUDA POTENZA 2009.08.28 05:45


오늘, 아니 어제 우공을 만나고 왔다.
평택공장에서 나름 분위기 좀 내보려고 손글씨로 편지를 썼는데 정작 부치질 못했다고 하니,
고맙게도 꼭 보내달라고 한다.
이 시도 함께 보낼까보다.




 

혜화경찰서에서



                                                                               송경동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러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 왔다

나는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 왔을 뿐이었다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톰앤톰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시지 내용을 가져 온다고 엄포 놓는다

함께 잡혔던 촛불시민은 가택수색도 했고

통장 압수 수색도 했댄다

이메일을 압수 수색하겠다고는 않는다

그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하모니카나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1년치 통화기록으로

내 머리를 재단해 보겠다고,

몇 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 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나의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고비사막 모래무지에 새겨져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 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의 몇 천M는 채증해 와 대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 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 줘야지, 이게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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