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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번역 일기 : 화면보호기로 투표를 한다고??

사는 얘기 2011. 2. 4. 19:58

연구공간 L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에 관한 편역서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나름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그중 닉 다이어-위데포드(Nick Dyer-Witheford)의 "The Circulation of the Common"이라는 글은 예외적으로 서진과 내가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저.히.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부분과 맞닥뜨렸다. 


Some of the most dramatic implications of this networked socialization of production tools bear on the new terrestrial commons of eco- and bio-spherical concerns. Large scale research projects such as the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global warming and climate change prediction and epidemic control, requiring vast calculative capacities, are being realised through (1)the myriad singular donations of unused computing cycles from individuals. Adopted on a very large scale, (2)this would amount to voting with one screensaver as to which programs of research to support ― a massive re-socialization of collective knowledge, an exercise of general intellect.


나는 (1)을 <개인들의 서툰 컴퓨터 사용/회전에서 나오는 무수히 많은 특이한 기여들>이라고 옮겼다. unused라는 단어는 일차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이라는 뜻을 갖는다. 그리고 unused to sth 혹은 unused to doing sth의 형태로 사용할 때 ‘~에 익숙하지 않은/경험이 많지 않은’이라는 뜻을 갖는다. 나는 ‘사용 중이지 않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to (doing) sth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음에도 <개인들의 서툰 컴퓨터 사용>이라는 번역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일단) 택했다. 나는, 개인들의 컴퓨터 사용능력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같은 문단에서 언급되고 있는) “엄청난 계산능력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들”에 비해서는 조야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조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인적인 사용들이 이룬 cycle이 알게 모르게 기여하는 바가 있나보다, 라고 막연하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2)였다. 도대체 화면보호기로 무슨 투표를 한다는 건가. ㅠ.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내용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뒷문장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번역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막막함과 괴로움 ㅡ.ㅡ 을 나의 번역파트너이자 멘토인 서진과 공유했다. 늘 내 부족한 실력을 메워주던 서진도 이번에는 난색을 표했다. 둘이서 머리를 싸매도 딱히 진전이 없었다. 맥락이 있을텐데, 뭔가 있을텐데, 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점점 지쳐가던 우리는 그간 숱한 오탈자와 비문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저자를 음해하기 시작했다. (위데포드 지못미.. 그치만 당신이 한 짓도 만만치 않아.. ㅋㅋ)

그런데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여 뭔가를 부지런히 검색하던 이부장님이 얼마 후 자기 노트북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때 우리의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그거슨 SETI@home(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home(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은 SETI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분산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여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을 이용해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구하는 프로젝트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1999년 5월 17일 일반에 공개하였으며, 버클리 네트워크 컴퓨팅을 위한 공개 기반(BOINC) 플랫폼에 속해 있다.

SETI의 기본 개념은 거대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의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분석하여 특정한 반복 패턴을 보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전파 신호를 가려내는 것이다. SETI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 원작의 영화 '콘택트' 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SETI의 전신인 오즈마 계획은 1960년대 부터 시작되었지만 50년 가까이 아무런 외계 지성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계로부터의 신호는 전파망원경으로 수신한다.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신호 속에는 별의 탄생이나 블랙홀에서 나오는 호킹 복사 등 온갖 자연의 전파가 포함돼 있다. 여기서 인공적인 전파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높은 연산 능력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게 된다. SETI@home은 전 세계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가 구성하는 네트워크가 슈퍼컴퓨터의 역할을 하여 신호를 분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세티 프로젝트(Search for Exteraterristrial Intelligence, SETI Project)에 대한 미 의회에서의 결정으로 국가 예산으로의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하여 단일 혹은 소수의 대용량 컴퓨터로 하는 분석이 아닌 전 세계에서 유휴중인 컴퓨터 자원을 활용하여 분석을 지속하기 위하여 분산 컴퓨팅(Distributed Computing)의 형태인 "@home(At Home, 집에서)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가 있다면 누구나 무료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실행시킴으로써 SETI@home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 개인용 컴퓨터의 CPU, 디스크 공간, 네트워크 대역폭의 일부를 사용하여 작업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다른 작업을 하지 않을 때 화면보호기의 형태로 작동하며, 사용자가 자원의 사용 정도를 설정할 수 있다. 또는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화면보호기를 끄고 백그라운드로 작업을 진행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BOINC 기반 프로젝트들>

생물학

  • Cells@Home - 질병의 전이에 대한 연구.
  • 말라리아 통제 — 말라리아의 역학적인 확률론적 분석과 자연에서의 말라리아의 역사연구.
  • POEM@Home - 앤핀선의 도그마를 이용한 단백질 접이 모델.
  • Rosetta@home — 단백질 구조에 대해서 예측하고,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 SIMAP — 분산 컴퓨팅을 이용한 연속적인 유사성이 있는 단백질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
  • TANPAKU — 브라운 이론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 World Commnuity Grid - BOINC를 이용한 여러 생물학 관련(에이즈 치료, 단백질 접힘, 뎅기열 치료)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지구 과학 

물리학 & 천문학

수학 [편집]





이 내용을 알게 되자 ‘화면보호기로 어떤 프로젝트를 지지할지 투표한다’는 표현은 더 이상 외계어가 아니었다. 그래, 세상에 이런 게 있었어. ㅠ.ㅠ 우리는 우리의 무식함에 치를 떨면서 폭풍반성을 했다. 맨날 책이나 읽지 이런 건 하나도 모른다며... ㅋ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나름 만족스런 번역을 뽑아낼 수 있었다.


생산도구의 이러한 네트워크적 사회화가 갖는 가장 극적인 함의들 중 일부는 생태·생물권적 관심사인 새로운 지상의 공통재와 관련이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탐사, 지구온난 및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 전염병 통제와 같은 엄청난 계산능력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들은, (1)화면보호기 상태에 있는 PC네트워크의 무수히 많은 특이한 기여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아주 큰 규모에서 보면, (2)어떤 연구프로젝트의 화면보호기 쏘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는 것이 곧 그 연구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과 같은 수준에 이르게 된다. 즉 이것은 집단적 지식의 대규모적 재사회화이자 일반지성의 실행인 것이다.


그래도 다듬어야할 부분이 있겠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을 맞았다.

번역은 해당언어사전만으로 불가능하다는, 너무 당연하지만 자주 간과하게 되는 교훈을 되새기며. :P



thanks to 서진

special thanks to 종호 a.k.a. 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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