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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르반스키 Szervánszky

리토르넬로 2009. 8. 25. 03:53


리토르넬로 섹션에 뭘 포스팅할까 생각하다가 쎄르반스키 Szervánszky가 떠올랐다.

한번의 마주침만으로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그래서 어렴풋한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그런 것이 있다.
나에겐 쎄르반스키의 음악이 그렇다. 그의 음악 중 내가 아는 거라고는 Wind Quintet No.1 밖에 없다.  
Wind Quintet 전곡도 아니고 No.1만, 그것도 딱 한번 들어봤을 뿐이다.
단 한번의 감상 이후 완전히 매료된 나는 인터넷을 뒤지고, 음악 전공자에게 물어보고,
유럽여행 가는 사람에게 CD를 부탁하는 등 온갖 부산을 다 떨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CD입수에 실패했고,
아마존에 주문할 만큼 열성적이진 않았던 나는 그냥 그렇게 묻어둔 채 가끔씩 유투브를 검색해보곤 했다. 
그.런.데. 예전에 쎄르반스키의 관현악 UCC를 발견한 데 이어, [wow~]
드.디.어. 며칠 전 목관5중주 UCC를 발견했다. [olleh!!]
비록 1악장 뿐이지만 반갑기 그지 없다. ㅠ.ㅠ



 E. Szervánszky  
 Wind Quintet No.1 Mv.1 
 Berlin Philharmonic Wind Quintet


쎄르반스키의 음악을 만난 건 무려 4년 전에 보았던 Wind Quintet 공연에서였다.
그때 C. 르페브르, 무진스키와 함께 연주되었는데,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낯선 이가 바로 쎄르반스키였다.
(총 네 작품이었는데 다른 하나는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무진스키는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샤를 르페브르는 아마 앙리 르페브르 덕분에 괜한 친근감을 느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H. 르페브르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름만 안다. -.- )

아니나 다를까 연주자가 소개하길 쎄르반스키의 Wind Quintet은 자신들의 공연이 한국 초연이라고 했다.
Wind Quintet만이 아니라 쎄르반스키 자체가 초연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하게도 음악 역시 낯설었는데, 뭔가 서늘했다.
서늘하다는 말이 으레 떠올리게 하는 공포스러운 느낌(간담이 서늘... 뭐 이런 식?)이 아니라,
유쾌하게 서늘한 낯섦이었다. 마치 "the wind that blows through me" 같은.
 
까마득한 기억을 더듬어 쓰는 거라 자신은 없지만 그때의 느낌을 옮겨보면...
르페브르의 작품은 클래식 하면 떠올릴법한, 고전파 음악을 충실히 잇는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이었다.
4/4박자에 밝고 경쾌한 선율. 어떠한 깨짐도 서걱거림도 없는 안정적인 협화음.
반대로 무진스키의 작품은 클래식과 재즈 사이를 오가는 음악이었다.
빠르게 몰아치는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선율이 인상적이었던 음악.  

그런데 쎄르반스키가 주는 느낌은 아주 묘했다.
협화음도 불협화음도 아닌, 안정도 격정도 아닌, 클래식도 모던도 아닌, 그 중간쯤 어딘가.
그렇지만 절충이나 타협으로서의 중간이 아니라 둘과는 완전히 다른, 그런 새로운 오묘함.
양 끝점을 이은 선상(線上)의 어딘가가 아니라 이미 그 선을 벗어난 어딘가에 있었다.

요런 느낌은 다음 곡에서도 이어진다.
타악이 리드하는 오케스트레이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강렬한 음악.  



 E. Szervánszky 
 Hat zenekari darab(= six pieces for orchestra) VI. Allegro molto 
 Zuglói Filharmónia Szent István Király Szimfonikus zenekar 



***

Endre Szervánszky  (1911. 12. 29 - 1977. 6. 25)

헝가리 작곡가. 어린 시절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1922-1927년 프란츠 리스트 음악 아카데미를 다녔다. 프로연주자로 몇 년간 활동한 후, 1931년 Albert Siklós 아래서 작곡을 공부하기 위해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1930년대에는 헝가리안 라디오(Hungarian Radio, '라디오 부다페스트'라고도 한다)를 위한 작품을 작곡했고, 1942-1948년에는 국립음악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훗날 리스트 아카데미의 작곡과 교수로 일했다. 형제로 화가 Jenö Szervánszky와 바이올리니스트 Peter Szervánszky가 있다.

그의 음악은 그의 선배들인 Béla BartókZoltan Kodaly 같은 민속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만년에는 음렬주의(serialism)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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