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2.05 '조건 없는 기본소득'의 전복에 관한 테제 2

'조건 없는 기본소득'의 전복에 관한 테제

지필묵 2010. 2. 5. 05:13

우리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뛰어넘어 조건 없는 보장소득으로 나아가야한다. 그것은 ‘기본 basic’이라는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기본’은 물질적 부(현금/현물이라는 특정 형태의 부)를 평등하게(개별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설정된 기준이며, 따라서 한계로서의 ‘기본’은 항상 ‘최소한 minimum’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한정된 자원과 무한한 욕망’이라는 근대적인 정치경제학적 전제가 견고히 자리하고 있다. 이때 한정된 자원은 측정가능한 부를, 무한한 욕망은 결핍에 의한 욕망을 가리킨다. 그러나 비물질적 생산의 헤게모니가 작동하는 오늘날 이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이제 자원과 욕망은 '측정불가능한 부와 창조로서의 욕망'이 갖는 헤게모니로 재해석되어야한다. 

우리는 비물질적 부에 주목함으로써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적어도 비물질적 부에는 ‘최소한’이 적용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비물질적 부 - 지식, 정보, 소통, 정동 등에 기반한 비물질적 생산물들 - 는 1일 권장 칼로리와 같은 수치로 환원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무한복제가 가능하다. 즉 비물질적 부에 대한 요구는 소유권이 아니라 접근권을 주장하는 것이며, 비물질적 생산이 헤게모니를 갖는 오늘날 이것은 곧 생산수단의 재전유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비물질적 부의 사유화를 강화하는 모든 디지털 엔클로저에 저항해야하며, 일정량의 물질적 부뿐만 아니라 비물질적 부에 대한 무조건적 접근 역시 보장소득으로서 쟁취해야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각종 경계를 부숨으로써 더 많은 소통과 더 많은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로써 우리는 유용한 것들을 마음껏 창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보장소득은 개체의 재생산에 머물지 않고 소통과 협력의 재생산에 복무할 때에만 공통적 common 차원을 구축할 수 있다.  

공통적인 것의 구축은 보장소득이 낳는 결과가 아니라 보장소득운동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기획이다. 보장소득운동은 ‘운동들의 운동’, 즉 온갖 정체성과 이해관계가 극복되는 특이성들의 공통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생산 그 자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