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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기억하는 사람들

NUDA POTENZA 2010. 1. 11. 16:21

[기자가 본 용산]355일차디찼던 두 해 겨울…그러나, 따뜻했던 사람들

#1. 지난해 1월19일 서울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다른 지역 철거민들이 옥상을 향해 자신들이 왔다고 소리쳤다. 옥상에 있던 철거민들은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어 화답했다.

#2. 그날 오후 기자가 건물 아래로 가 소리쳤다. “왜 건물에 오르신 겁니까. 몇 분이나 계세요?” 복면을 쓴 철거민은 “가까이 오지 마세요. 위험해요”라고 했다. 위태로운 망루에서 맨몸의 기자가 다칠까봐 걱정한 것이었다.

#3. 영결식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장례위원회 기자회견 취재를 마치고 순천향대병원 4층 빈소를 찾았다. 유가족들이 기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아껴두었던 웃음을 지었다.

꼬박 1년이 걸렸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것이 모두로부터 공인받는 데까지 355일이 흘렀다. 사건 당시 수습기자였던 기자는 그새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동안 “또 용산을 가느냐”는 말을 무던히도 들었다. 순천향대병원과 참사 현장, 명동성당을 오가며 쓴 기사가 45건이다. 수소문해 찾은 용역업체 사무실에서 “좋은 말 할 때 빨리 나가시는 게 좋다”는 협박도 들었고, 손자뻘인 전·의경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문정현 신부의 모습도 지켜봤다. 고 이상림씨의 손자 동원이가 삼호복집 앞에 서 있는 경찰들을 보며 몸서리치던 모습도 본의 아니게 목격하게 됐다. 고 이성수씨의 아내 권명숙씨가 “쓰러진 문규현 신부가 병상에서 ‘내가 유가족에게 줄 게 목숨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 전할 땐 콧날이 잠시 시큰해졌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정부의 시계는 내내 멈췄다. 그러나 백무산 시인의 “옳고 그른 일에 날선 칼날 같아도 눈물 많은 사람”이라는 시처럼, 함께 울며 칼날같이 싸운 사람들에게 용산의 시계는 단 1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생각이다. 수많은 시민·신부·문화예술가·활동가가 용산에 모여 유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삭막한 철거현장이 따뜻한 공동체가 됐다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희생자들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연대’를 꽃피웠다.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돌았지만, 끈끈한 연대의 힘은 한 해를 넘기기 전 용산에 절반의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9일 희생자 5명이 늦은 밤 마석 모란공원에 잠들었다. 누군가는 아직도 그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자는 1년이라는 긴 시간, 숱한 취재수첩을 메워온 그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차디찬 물대포 속에서도 함께하러 온 이들을 향해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날리던 평범한 사람들을…. 저항이라곤 모르던 사람들이 공권력과 맞서며 맨몸인 기자에겐 위험하다며 피하라던, 우직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사회부 | 김지환>




멈춰버린 시간 - 용산 남일당에서


시간은 멈췄다 그날 바로 여기에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휘감아 오르던
시간은 죽었다 그날 바로 여기에서
아무도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 이곳에
눈은 또 내리고 꽃은 또 피고 지고
뜨거운 태양 속 소나기 퍼붓도록

그날의 불꽃은 가슴에 옮겨와
꺼지지 않는 불길이 되어 솟아오르네
시간이 멈춘 이곳은 꽃으로 물들어
다시는 멈추지 않을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멈췄다 그날 바로 여기에서
시뻘건 불길이 사람을 삼키던 그날에
시간은 죽었다 그날 바로 여기에서
아무도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 이곳에
눈은 또 내리고 꽃은 또 피고 지고
뜨거운 태양 속 소나기 퍼붓도록

그날의 불꽃은 가슴에 옮겨와
꺼지지 않는 불길이 되어 솟아오르네
시간이 멈춘 이곳은 꽃으로 물들어
다시는 멈추지 않을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글, 곡 엄보컬 김선수
편곡, 녹음, 믹싱 이정석
일렉트릭 기타 신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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