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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경찰서에서 - 송경동

NUDA POTENZA 2009. 8. 28. 05:45


오늘, 아니 어제 우공을 만나고 왔다.
평택공장에서 나름 분위기 좀 내보려고 손글씨로 편지를 썼는데 정작 부치질 못했다고 하니,
고맙게도 꼭 보내달라고 한다.
이 시도 함께 보낼까보다.




 

혜화경찰서에서



                                                                               송경동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러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 왔다

나는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 왔을 뿐이었다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톰앤톰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시지 내용을 가져 온다고 엄포 놓는다

함께 잡혔던 촛불시민은 가택수색도 했고

통장 압수 수색도 했댄다

이메일을 압수 수색하겠다고는 않는다

그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하모니카나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1년치 통화기록으로

내 머리를 재단해 보겠다고,

몇 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 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나의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고비사막 모래무지에 새겨져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 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의 몇 천M는 채증해 와 대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 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 줘야지, 이게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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