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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것 - 12/30 생명평화미사 강론

NUDA POTENZA 2010. 1. 1. 06:55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소식

2009년 12월 30일 | 기도회 196일째 | 참사 345일째

   

  

용산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것 

 

 

 

강론 장동훈 빈첸시오 신부(인천교구 환경 노동 전담)

  

2009년, 용산으로 시작되었고 용산으로 끝나가고 있습니다. 근 일 년간 유가족들과 세입자들 그리고 함께 아파하고자 한 우리들은 이곳에서 열심히 신음하고 아파하고 울부짖고 또 웃고 춤추었습니다. 용산은 저에게 참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이 세상 어느 끝자락에서 만나도 상관없이 지나쳤을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세상의 무관심에 양심의 침묵에 그리고 불감증, 소통부재에 옷을 여며도 여며도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었지만 새로운 인연들이 그 차가운 몸을 부벼주고 대펴주고 안아주었습니다. 유가족 어머니들, 세입자 여러분들의 정성어린 밥상과 미소, 문정현 신부님, 문규현 신부님, 그리고 전종훈, 나승구, 이강서 신부님, 4월이면 결혼한다고 수줍어하는 삼돌씨, 그리고 제우씨, 희철씨, 상미씨... 그리고 잊지 못할 그 이름, 고 이상림, 고 양회성, 고 한 대성, 고 이성수, 고 윤용현. 참 많은 인연들입니다.

 

인연뿐만이 아닙니다. 용산은 더 이상 제 머릿속에 워크맨, 마이마이 따위를 파는 곳이 아니라 세상의 절망과 희망, 그리고 사람들의 아우성이 살아있고 사제직을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가져야할 벅찬 마음을 선물 받은 곳입니다. 참 미안하고도 고마운 곳이고 동시에 슬프면서도 기쁜 곳입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통해 극적으로 정부와 세입자간에 합의가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모든 싸움이 다 끝난 듯 보이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아파하고 신음하며 찾은 양심, 그리고 가슴에 품고 아려서 속을 쓸어내리던 정의, 뱃속 저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 모두다 외면과 침묵 속에 저 망각이라는 무저갱의 심연으로 가라앉아 버리기 직전 간신히 건져 올린 것입니다. 간신히 너무나 처절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우리는 이곳에서 이 모든 것들을 건져 올렸습니다. 소중한 것들입니다. 아니 생명 같은 것들입니다.

 

미사 중 봉독된 복음도 오늘 이 자리의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한나 예언자는 수십 년 동안 기도와 고독 속에 간절히 바라고 희망했던 구세주를 만나보고 기뻐하고 환호합니다. 하지만 이 구세주는 아직 포대기에 싸여 그저 배고프면 울고 졸리면 자는 온전히 부모에게 의탁한 무방비의 연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이 연약한 아이가 자라고 튼튼해지기 까지는 아직 부모의 돌봄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우리들이 이 용산에서 건져올린 양심, 정의 희망 모두 아직 간신히 옹알이를 하는 연약하고 허약하기 그지없는 것입니다. 힘겹게 건져올린 이 모든 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키워나가는 것은 우리들 모두의 몫입니다.

 

복음에서 아기의 부모들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일상을 계속합니다. 아이는 그 일상 중에 자라고 튼튼해지며 지혜가 총명해집니다. 그렇게 연약한 아이가 자라고 성장하는 곳은 왕궁도 그리고 고관대작의 저택도 아닌 우리가 매일 살아나가는 일상입니다. 용산에서 건져 올린 희망도 정의도 그리고 양심도 모두 일상이라는 마당에서만 자라고 싹을 틔울 것입니다. 그러니 2009년 벽두부터 시작된 이곳 용산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것입니다. 매 맞고 업신여김 당하고 협박에 내몰렸고 망루에서 타죽은 우리 예수를 우리는 오늘 다시 내 품에 안아 올립니다. 아직은 아기, 아직은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완전한 무방비의 연약한 예수. 이 예수를 키우고 성장시키는 것은 우리의 책임 있는 일상이고 끊임없이 용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력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아파하며 이곳에서 건져 올린 이 모든 희망이 굳세고 튼실해질 수 있게 하는 것 중 또 하나는 정부의 참사 당일의 지휘계통과 명령을 담고 있을 수사기록 3000쪽의 공개일 것입니다. 3000쪽을 공개해야만 정부는 늦었지만 비로소 정부답게 행동했다고 일컬어질 것입니다. 그 때야 비로소 우리는 다시 진정으로 예수를 키울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날이 비로소 용산이 이 시대의 예수를 구하는 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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