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님, 당신을 기억합니다.
NUDA POTENZA 2011. 4. 11. 02:43* 2년 전에 쓴 글을 그대로 옮겨놓는다.
4월 1일.
오늘은 촛불 거시기(gxi, id, csa, it)가 있는 날이다.
아직 딱히 실천할 아이템이 없어서 경기교육감선거를 위한 피켓팅에 결합하기로 했다.
그런데 까페에 올라온 글 하나. 허세욱님 추모제 공지글.
맞어. 오늘이 그날이었지.
월요일날 용산추모제에서 한 분이 자유발언을 하면서 허세욱님을 소개+회고했었다.
그때 작년에 까맣게 잊고 넘어갔단 사실에 허탈했었는데...
며칠 사이 또 깜빡한거다. 난 진정 붕어인가. (붕어야 미안... ㅠ.ㅠ)
암튼 노선 급수정. 사당에서 같이 피켓팅하기로 한 분을 배신하고 하얏트 호텔로 갔다.
가기 전 대한문 지킴이님께 들러 초 3개를 받았다. 그리고 허접하지만 피켓도 만들었다.
뭐라고 쓸까 고민하다가 그냥,
"허세욱님 당신을 기억합니다 2009. 4. 1"
이라고만 썼다.
2년 전 만우절날 벌어진 거짓말같은, 모두가 거짓말이길 바랐던 그 사건.
그날 저녁 동기 언니와 시청광장 집회에 가서 무대에 세워둔 스크린에 띄워진 자막을 보고 알았다.
"허세욱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대충 이런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민노당 상근자 출신인 언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잘 아는 분이었던 것.
집회 후 청와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피맛골 막걸리집에 자릴 잡았다.
거기서 언니는 그 분의 삶을 들려주었다. 둘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담배만 뻐끔뻐끔.
그러고보니 집으로 가면서 삼촌에게 취중문자를 보낸 것도 같다.
오늘 어느 분이 분신을 하셨는데 맘이 너무 아프다고...
퉁생이 삼촌은 역시나 답이 없었지만 속이 좀 풀렸던 것 같다.
2년 후 만우절날 나는 하얏트호텔로 갔다.
초 켜놓고 혼자서 노래나 읖조리다 오려고 했다.
그런데 국화 한 다발을 든 분(알고보니 까페 공지글을 올리신 분)이 계셨다.
현장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작년 1주기 때의 사진에 의지해 찾아야할 판이었는데,
그 분과 그 일행 덕분에 쉬이, 덜 춥게, 덜 외롭게 허세욱님을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인간 허세욱을 잘 모른다. 그는 인간 그라쪼를 전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를 기억한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싫다. 나는 내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
그의 외침이 나의 외침인 한, 그 외침이 계속되는 한,
나는 '그'고, 그는 '나'다.
PS. 죽으면 허세욱님이 운전하시는 택시 한번 타보고 싶다. 오라이? 오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