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얘기'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3.11.01 착한 손
  2. 2012.06.26 예배를 드리러 - 백무산
  3. 2012.05.28 진리는 절대적이다
  4. 2012.05.04 이른바 '멘붕'에 관하여
  5. 2012.05.02 몇십 킬로바이트, 아니 몇백 바이트만이라도
  6. 2011.03.29 나는 아이리쉬 록 버전의 <잊을게>를 듣고 싶다 3
  7. 2011.02.04 좌충우돌 번역 일기 : 화면보호기로 투표를 한다고?? 1
  8. 2010.10.01 <연구공간 L> 1주년을 자축하며
  9. 2010.04.07 "It's not your fault."
  10. 2010.01.21 세계 베게 싸움의 날 2

착한 손

사는 얘기 2013. 11. 1. 18:23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상황에서 불현듯 과거의 따뜻했던 순간이 새록새록 피어나 가슴 한켠을 데워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안주로 나온 쥐포를 누군가가 먹기 좋게 찢어놨을 때.
혹은 영화관에서 암전이 됐는데 부시럭부시럭 간식꾸러미 소리가 날 때.
그럴 때면 어릴 적 고모와 영화관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고모랑 영화관을 꽤 갔었는데 그때는 <알라딘>을 봤을 때였다.
나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디즈니의 화려한 영상과 싸운드에 빠져버렸는데, 잠시후 고모가 손짓했다.
고모는 주전부리로 산 쥐포를 손으로 먹기 좋게 찢어놓고는 하나를 집어주었다.

그때는 마냥 쥐포가 맛있고 영화가 재밌어죽겠고 그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참 고마웠다.
사서 바로 뜯으면 꽤 뜨거운데 날 위해서 해줬구나. 뜯고나면 기름 묻어서 찝찝한데 날 위해서 해줬구나.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한번은 뜬금없이 우유를 마시다가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냥 마시는 게 아니라 빨대를 꽂아서 마실 때.
우유를 거의 다 마시고 바닥에 조금 남아있을 때.
빨대의 위치를 조정하고 우유팩을 기울여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 없이 쪽쪽 빨아마실 때.

그럴때면 할머니의 손이 생각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렸을 때는 우유를 조금씩 남기기 마련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실 요령이 없기 때문.
빨대와 우유팩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요령을 모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우유가 안 나오면 다 마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있게 우유팩을 내밀면, 할머니는 빨대와 우유팩을 기울여 내 입에 다시 물린다.
빨대를 쪽쪽 빨면, 참 신기하게도 '버리면 아까웠을 뻔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우유가 나온다.

그때 할머니는 '아직 남았지'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셨다.
그리고 특유의 소리가 날 때까지 힘껏 빤 다음 내가 '아'하고 입을 쫙 벌리면 당신이 마신 양 좋아하셨다.
사실 표정이나 말, 행동은 흐릿하다. 약간의 상상이 가미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 손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빨대를 잡고 우유팩을 내 쪽으로 기울이던, 한 방울도 놓칠 수 없게끔 빈틈없이 움직이던 그 손.

이제는 다 커서 쥐포를 찢어줄 손도, 우유를 먹여줄 손도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 착한 손은 여전히 내 곁에서 내 삶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때로는 '잘했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때로는 '힘내라'며 내 어깨를 주물러주고,
때로는 '다 안다'며 내 등을 쓸어주고,
때로는 '아프지마'라며 내 배를 문질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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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드리러 - 백무산

사는 얘기 2012. 6. 26. 03:52




예배를 드리러



백무산



시골 장거리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일용한 양식들이 흙 묻은 발은 막 털고 나온 곳

목숨의 세세한 물목들이 가까스로 열거된 곳


졸음의 무게가 더 많이 담긴 무더기들

더 잘게 나눌 수 없는 말년의 눈금들

더 작게 쪼갤 수 없는 목숨의 원소들

부스러기 땅에서 간신히 건져올린 노동들

변두리 불구를 추슬러온 퇴출된 노동들


붉은 내장들 엎질러져 있고 비늘이 벗겨지고

벌건 핏물에 담긴 머리통들이 뒹구는 곳

낡은 궤짝 제단 위에 염장을 뒤집어쓰고 누운 곳


보자기만한 자릿세에 졸음의 시간들이 거래되는 곳

최소 단위 혹은 마이너스 눈금이 저울질되는 곳

저승길 길목 노잣돈이 욕설로 에누리되는 곳

시간이 덕지덕지 각질 입은 동작들 추려서 아이들 입에

한술이라도 더 넣어주고 가고 싶은 애간장이 흥정되는 곳


세상에서 가장 선한 예배당에 

까무룩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계단을 밟고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 백무산, 『그 모든 가장자리』, 창비시선 345,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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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절대적이다

사는 얘기 2012. 5. 28. 03:37


셔우드 앤더슨, 「괴상한 사람들에 관한 책」,『와인즈버그, 오하이오』, 부북스, pp. 11~12 



  책상에 앉아 작가는 한 시간 동안 작업했다. 결국 그는 책을 한 권 써냈고 <괴상한 사람들에 관한 책>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책은 출판된 적은 없지만 내가 한번 본 적이 있고 이 책이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이 책에는 무척 이상하면서 늘 내 곁을 떠나지 않는 하나의 중심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걸 기억함으로써 나는 전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과 사물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생각은 복잡한 것이었지만 간단하게 말로 해 본다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즉, 세상이 젊었던 태초에는 아주 많은 생각들이 있었지만 진리와 같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이 스스로 진리들을 만들었고 각각의 진리는 아주 많은 막연한 생각들의 복합체였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는 진리가 있었고 그 진리는 아름다웠다.

  노인은 자신의 책에 수백 가지의 진리들을 죽 적어 놓았다. 난 여러분들에게 이 모든 걸 다 말하지는 않겠다. 처녀성의 진리도 있었고, 열정의 진리, 부와 가난의 진리, 검소와 방탕의 진리, 조심스러움과 방종의 진리도 있었다. 백 가지, 천 가지가 진리였고 그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


  사람들을 괴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진리였다. 이 문제에 대해 노인은 상당히 정교한 이론을 갖고 있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진리를 취해서 자기 것이라 부르고 그것에 의해 살아가려 할 때 그는 괴상한 사람이 되고 그가 껴안은 진리는 거짓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상대주의는 손쉽다. 달콤하지만 무책임하다(= 온전한 응답이 아니다 ir-respon-sible). 체념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는 말은 그 자체로 '거짓'은 아니지만, '참'이기에는 불충분하다.


진리는 절대적이다. 이 절대성에서 하나냐 여럿이냐의 양자택일은 중요치 않다.

그런데 불행히도 진리의 절대성은 오랫동안 "여럿이 없는 하나"로, 그리고 외부적인 것으로 여겨져왔다.

사람들은 이 외삽의 공포를 피해 상대주의로 도피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도피일 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진리를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절대성을 새롭게 사고해야한다.

외삽과 상대화는 각각이 향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진리를 무력화하다는 점에서는 같다.

똑같이 괴상하다. 



초超 단편소설을 읽고 문득 든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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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멘붕'에 관하여

사는 얘기 2012. 5. 4. 00:07


흔히들 야구를 멘탈스포츠라고 한다.


사람이 하는 한 멘탈스포츠가 아닌 운동이 어디 있으며 분위기나 흐름이 중요하지 않은 운동이 어디 있겠냐마는,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과 달리 '타임오버'도 없고 '몇점 먼저 내기'도 아니기 때문에 '멘탈'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케세라세라'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즉 하다 보면 시간도 점수도 채워지기 마련이니 어떻게든 승부는 나게 되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수비의 경우 투구, 포구, 송구 하나 하나가 모여 아웃카운트를 만들고 아웃카운트 3개가 모여 상대의 공격을 멈춘다. 공격의 경우 타구 또는 선구 하나 하나, 진루 또는 도루 하나 하나가 모여 홈을 밟아 득점을 올린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내주든 둘을 내주든 셋만 채우지 않으면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야구는 두번 다시는 없는 그'때'의 공 하나, 즉 '일구이무'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운동이다. 일구이무를 어느 쪽이 더 지배적으로 장악하는가 -- 그것이 삼진이든 병살이든 희생플라이든 실책이든 -- 가 승부를 가른다. 


이런 숨막히는 엄격함이 가장 강렬하게 작용하는 곳, 그러니까 제일 '빡쎈' 곳은 마운드일 것이다. 마운드 위의 투수를 '외롭다', '무너진다'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하는데, 이는 그만큼 마운드라는 곳이 '멘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어제 기아-SK 전을 보면서 -- 종반만 봐야지 했는데 이건 뭐 종반이 경기전체의 절반;; -- 문득 이른바 멘붕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아마도 내가 요즘 멘붕 상태이기 때문일 거다. '멘붕'이라는 말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이 강도를 어찌 표현했을꼬, 싶을 정도의 멘붕이다. 쩝.)


다시 경기 얘기로 돌아가서, 나를 놀라게 한 건 정우람의 멘붕이었다. 야구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지 몇 년 안됐고 또 스탯을 꾈 정도로 덕후도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가끔 시간날 때만 프로야구에 기웃거리는 정도여도 정우람이 국내 최고의 불펜 투수 중 하나라는 건 알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기아에게 발리다니. (참고로 난 기아팬.)


사실 '발렸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나의 허접한 견해로 볼 때, 기아가 정우람을 바른 게 아니라 정우람의 멘탈이 붕괴한 것이다. ('발렸다'는 표현이 가능한 부분은 최희섭이 때린 안타겠지. 정우람의 올 시즌 첫 피안타.) 선동렬의 선수기용은 용병술이 아니다. (에이 설마.) 신인에게 기회를 준 정도로 봐야할 것이다. 이준호와 윤완주의 활약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고려했을 때는 필연일 것이나 선수교체의 측면에서는 우연이다. 아직은 존재감이 없는 의외의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우수한 투수에게는 외려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정우람이 그것만으로 흔들릴 클래스는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건의 재구성이고 그래서 일종의 소설인데, 내가 보기에 이준호의 안타까지만 해도 정우람은 괜찮았던 것 같다. '어, 내 공을 치네' 정도랄까. 물론 최희섭에게 맞은 올시즌 첫 피안타부터 신예 이준호에게 맞은 2번째 피안타까지 멘탈에 금이 가긴 했겠지만 실금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멘붕에 이르렀을까. 결정적인 것은 윤완주를 상대할 때 일어났다. 투 쓰리 꽉찬 볼카운트에서 던진 회심의 결정구가 볼 판정을 받은 것. 볼넷 자체보다도 자신의 결정구가 효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 더 충격이었던 것 같다. 


오늘 제구가 안되는 것도 아닌데, 어이없게도 심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S존에게 졌다. 심판의 침묵은 '안됐지만 내 눈엔 빠진 걸로 보이는구먼'이라는 충격적인 메시지가 되어 뇌리에 꽂힌다. 그런데 하필 그 다음 타자가 확률상 정우람에게 매우 강한 김선빈. 결과는 알려진 대로이다.


외벽에 살짝 간 별 거 아니었던 실금들이 내벽으로까지 쫙쫙 갈라져 결국 아작이 나고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 이것이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멘붕의 형상이다. 내가 뜬금없이 야구경기 한 장면에 꽂혀 그것도 상대팀 투수에게 감정이입을 해가며 주저리주저리 끄적이는 것은, 그 모습이 내가 겪었던 그리고 겪고 있는 멘붕의 형상을 너무나 잘 구현해주었기 때문이다. 


몸쪽으로도 찔러보고 바깥으로 빼 보기도 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벌였던 볼카운트 싸움이 이상한 방식으로 종결되는 상황. 블론세이브고 나발이고, 팀이고 뭐고 당장이라도 마운드를 박차고 나오고 싶은 심정. 그런데 덕아웃은 움직일 생각을 않고, 불펜에서 누가 몸을 풀고 있나 신경 쓸 정신도 없고. 누가 나올지 대충 예상은 되나 내가 소방수인데 불을 내고 자빠졌구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오고. 그런데 게임은 계속되고 있고. 


다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정면승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투구수는 자꾸 늘어만 간다. 

승부에 무신경해진지 오래. 

그저 끝나기만을, 아이싱하는 순간만을 기다린다는 게 좀 찜찜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던져보자. 

야구 자체에는 타임오버가 없지만, 인간의 몸에는 타임오버가 있으니까. 상대팀도 결국은 인간이니까. 



+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처럼 '무승부'란 것도 있다. 

더블플레이로 끝났을 때의 짧은 정적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ㅎㅎ

'무승부'게임이 퇴출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때로는 허탈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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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킬로바이트, 아니 몇백 바이트만이라도

사는 얘기 2012. 5. 2. 04:19


밥벌이 번역 작업을 할 때면, 그날 그날 작업이 일단락 날 때마다 N드라이브에 저장을 해둔다.

6~7시간을 작업하고서 기존파일을 오늘 작업한 파일로 덮으려고 하면 덮어쓰겠냐는 질문과 함께 용량이 나온다.

문서파일이다보니 용량의 변화는 끽 해야 몇십 킬로바이트 정도.

그 수치를 보고 있자면, 한편으론 약간 허탈한 기분이 든다. 

쌔가 빠지게 했는데 몇십 킬로바이트라니.. 뭐 이런 기분이랄까? 

근데 다른 한편으론 고작 몇십 킬로바이트 안에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담겨 있구나, 

그래, 사실 몇십 킬로바이트는 '고작 몇십 킬로바이트'라고 불릴 만만한 수치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요 앞까지 나는 오백오십여 바이트의 생각을 써내려갔다.

내가 쏟아내는 생각 중 몇백 바이트만이라도 누군가에, 어딘가에 쓸모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단 쏟아내기부터 열심히.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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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리쉬 록 버전의 <잊을게>를 듣고 싶다

사는 얘기 2011. 3. 29. 16:54

지난 일요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나는 가수다>가 전파를 탔다. 프로그램의 만듦새도 그렇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중간광고 없이 방송되는 걸 보니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제작진의 결의가 느껴졌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그것도 대중의 이목이 일제히 집중된 상황에서 광고의 유혹을 뿌리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꼼짝 않고 본방사수를 하고나서 든 느낌은 개운함보다는 찝찝함, 정확히 말하자면 서글픔이었다. 특히나 정엽의 탈락은 '의연하다', '쿨하다'라는 세간의 평가로 상쇄될 수 없는 서글픔을 안겨주었다. 탈락 자체가 서글플 것은 없다. 정엽 자신이 '이제 앨범 준비할 수 있겠다'고 말했듯, 이제 그 무겁던 짐을 내려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또 해야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럼 무엇이 날 서글프게 만들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탈락 자체가 아니라 탈락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정엽은 YB의 <잊을게>를 미션곡으로 받고 자신이 평소 도전해보고 싶었던 장르라고 밝혔다. 그리고 중간평가 때 아이리쉬 록 스타일로 편곡한 정엽의 <잊을게>가 공개되었다. 나는 '브라운 아이드 쏘울', 즉 한국적 (넓게는 아시아적) 쏘울의 대표주자인 정엽의 변신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의 공연은 다듬어지지는 않았을지언정 구태의연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이승열만이 거의 유일하게 구현하고 있는, 윤도현이 말했듯 U2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리쉬 록 특유의 분위기가 정엽의 독특한 음색으로 빚어지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다. 

그러나 중간평가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좋지 못한 게 아니라 '꼴찌'를 했다. 매니저 개그맨들이 위태로운 가수를 점찍으면서 일제히 정엽을 걱정한 것은 대중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료가수들의 평가 역시, 청중으로서의 평가라기보다는 대중의 반응을 거의 무조건반사처럼 예측하게끔 훈련된 경험 많은 가수로서의 그것에 가까웠을 것 같다. '평소에 꼭 해보고 싶던 장르이지만 쉽지가 않다', '어설퍼지는 것 같다'고 토로하던 정엽은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장르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가장 잘 하는'이라는 말은 뒤집으면 '늘 해왔던'이라는 뜻이 된다. 그의 공연을 보고 나는 너무나 속상했다.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가수 정엽, 그 음색, 호흡, 테크닉은 모두 그대로였지만, 국내 최정상의 세션맨들과 악기, 음향장비도 모두 그대로였지만, 그의 공연은 무미건조했다. 그 공연을 보는 동안 내 머리 속에 그려진 것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나오는 결혼식 피로연 장면이었다. 상투적으로 로맨틱한, <아메리칸 아이돌>의 싸이먼 코웰 식으로 얘기하면 호텔 라운지에서나 들을 법한 그런 공연이었다.  

그리고 정엽은 '꼴찌'를 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기왕에 떨어질 거 처음에 한 대로 아이리쉬 록 버전에 도전해볼 걸, 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는 왜 과감하게 '실험'을 하지 못한 걸까. 내가 느낀 서글픔은 여기에 있다.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구도, 탈락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실험만을 허용하는 구도.   

다른 가수들이 미션에 임하는 모습도 서글프긴 마찬가지였다. 중견가수 백지영이 리허설에서 머릿 속이 백지장이 되는 경험을 하고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고,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해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국민가수 김건모가 마이크 쥔 손을 파르르 떨었다. 이소라는 공연을 진행하면서 '잘 하는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음'을, 그것이 '경쟁을 통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글쎄, 난 너무 서글펐다. 마치 내가 쌔디스트가 된 기분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SM플레이를 끝낼 수 있을까.

김건모의 재도전 사태(?)로 일주일 내내 시끄러운 걸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다른 모든 뉴스들이 묻힐 정도로 이렇게 회자될 정도라면 그냥 써바이벌 형식을 버리고 공연만 하면 안되나, 라는 생각을. 물론 그것은 시청률 싸움에서 이겨야 하고 광고도 '완판'시켜야 하는 상업방송의 생리와는 맞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생각이 그다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가수다>의 핵심 컨셉 중 부정적인 측면인 '써바이벌'을 버리고 긍정적인 측면인 '미션'만 취하면 어떨까. 시즌제를 도입해서 7명이 한 시즌을 지지고 볶으며 실컷 놀고, 다음 시즌에는 또 다른 7명이 새 시즌을 꾸려나가는 방식은 어떨까.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역사가 쌓여서 10주년 리유니온 같은 걸 하면 어떨까.

나는 떠난 정엽을 비롯한 7인의 가수에게 아직도 듣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팝을 부르는 것도 듣고 싶고, OST를 부르는 것도 듣고 싶다. 팀을 짜서 콜라보레이션 배틀을 하는 것도 보고 싶고, 자기 음반의 B side를 소개하는 것도, 내 인생의 노래를 소개하는 것도 보고 싶다. 진짜 파격은 165분 편성이나 써바이벌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자부하던 공연의 질 자체에 있다. 탈락이라고 표현하든 양보라고 표현하든 누군가가 '아웃'됨으로써 담보되는 질이 아니라, 가수의 자유롭고 새로운 실험을 통해 담보되는 질 말이다.

이런 파격을 꿈꾸며 한 달을 기다려보련다. 어떤 형식으로 재정비되든 첫 무대는 정엽의 <잊을게> 아이리쉬 록 버전이었면 좋겠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풀 버전은 듣고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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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번역 일기 : 화면보호기로 투표를 한다고??

사는 얘기 2011. 2. 4. 19:58

연구공간 L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에 관한 편역서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나름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그중 닉 다이어-위데포드(Nick Dyer-Witheford)의 "The Circulation of the Common"이라는 글은 예외적으로 서진과 내가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저.히.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부분과 맞닥뜨렸다. 


Some of the most dramatic implications of this networked socialization of production tools bear on the new terrestrial commons of eco- and bio-spherical concerns. Large scale research projects such as the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global warming and climate change prediction and epidemic control, requiring vast calculative capacities, are being realised through (1)the myriad singular donations of unused computing cycles from individuals. Adopted on a very large scale, (2)this would amount to voting with one screensaver as to which programs of research to support ― a massive re-socialization of collective knowledge, an exercise of general intellect.


나는 (1)을 <개인들의 서툰 컴퓨터 사용/회전에서 나오는 무수히 많은 특이한 기여들>이라고 옮겼다. unused라는 단어는 일차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이라는 뜻을 갖는다. 그리고 unused to sth 혹은 unused to doing sth의 형태로 사용할 때 ‘~에 익숙하지 않은/경험이 많지 않은’이라는 뜻을 갖는다. 나는 ‘사용 중이지 않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to (doing) sth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음에도 <개인들의 서툰 컴퓨터 사용>이라는 번역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일단) 택했다. 나는, 개인들의 컴퓨터 사용능력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같은 문단에서 언급되고 있는) “엄청난 계산능력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들”에 비해서는 조야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조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인적인 사용들이 이룬 cycle이 알게 모르게 기여하는 바가 있나보다, 라고 막연하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2)였다. 도대체 화면보호기로 무슨 투표를 한다는 건가. ㅠ.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내용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뒷문장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번역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막막함과 괴로움 ㅡ.ㅡ 을 나의 번역파트너이자 멘토인 서진과 공유했다. 늘 내 부족한 실력을 메워주던 서진도 이번에는 난색을 표했다. 둘이서 머리를 싸매도 딱히 진전이 없었다. 맥락이 있을텐데, 뭔가 있을텐데, 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점점 지쳐가던 우리는 그간 숱한 오탈자와 비문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저자를 음해하기 시작했다. (위데포드 지못미.. 그치만 당신이 한 짓도 만만치 않아.. ㅋㅋ)

그런데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여 뭔가를 부지런히 검색하던 이부장님이 얼마 후 자기 노트북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때 우리의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그거슨 SETI@home(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home(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은 SETI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분산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여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을 이용해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구하는 프로젝트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1999년 5월 17일 일반에 공개하였으며, 버클리 네트워크 컴퓨팅을 위한 공개 기반(BOINC) 플랫폼에 속해 있다.

SETI의 기본 개념은 거대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의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분석하여 특정한 반복 패턴을 보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전파 신호를 가려내는 것이다. SETI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 원작의 영화 '콘택트' 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SETI의 전신인 오즈마 계획은 1960년대 부터 시작되었지만 50년 가까이 아무런 외계 지성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계로부터의 신호는 전파망원경으로 수신한다.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신호 속에는 별의 탄생이나 블랙홀에서 나오는 호킹 복사 등 온갖 자연의 전파가 포함돼 있다. 여기서 인공적인 전파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높은 연산 능력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게 된다. SETI@home은 전 세계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가 구성하는 네트워크가 슈퍼컴퓨터의 역할을 하여 신호를 분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세티 프로젝트(Search for Exteraterristrial Intelligence, SETI Project)에 대한 미 의회에서의 결정으로 국가 예산으로의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하여 단일 혹은 소수의 대용량 컴퓨터로 하는 분석이 아닌 전 세계에서 유휴중인 컴퓨터 자원을 활용하여 분석을 지속하기 위하여 분산 컴퓨팅(Distributed Computing)의 형태인 "@home(At Home, 집에서)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가 있다면 누구나 무료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실행시킴으로써 SETI@home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 개인용 컴퓨터의 CPU, 디스크 공간, 네트워크 대역폭의 일부를 사용하여 작업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다른 작업을 하지 않을 때 화면보호기의 형태로 작동하며, 사용자가 자원의 사용 정도를 설정할 수 있다. 또는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화면보호기를 끄고 백그라운드로 작업을 진행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BOINC 기반 프로젝트들>

생물학

  • Cells@Home - 질병의 전이에 대한 연구.
  • 말라리아 통제 — 말라리아의 역학적인 확률론적 분석과 자연에서의 말라리아의 역사연구.
  • POEM@Home - 앤핀선의 도그마를 이용한 단백질 접이 모델.
  • Rosetta@home — 단백질 구조에 대해서 예측하고,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 SIMAP — 분산 컴퓨팅을 이용한 연속적인 유사성이 있는 단백질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
  • TANPAKU — 브라운 이론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 World Commnuity Grid - BOINC를 이용한 여러 생물학 관련(에이즈 치료, 단백질 접힘, 뎅기열 치료)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지구 과학 

물리학 & 천문학

수학 [편집]





이 내용을 알게 되자 ‘화면보호기로 어떤 프로젝트를 지지할지 투표한다’는 표현은 더 이상 외계어가 아니었다. 그래, 세상에 이런 게 있었어. ㅠ.ㅠ 우리는 우리의 무식함에 치를 떨면서 폭풍반성을 했다. 맨날 책이나 읽지 이런 건 하나도 모른다며... ㅋ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나름 만족스런 번역을 뽑아낼 수 있었다.


생산도구의 이러한 네트워크적 사회화가 갖는 가장 극적인 함의들 중 일부는 생태·생물권적 관심사인 새로운 지상의 공통재와 관련이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탐사, 지구온난 및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 전염병 통제와 같은 엄청난 계산능력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들은, (1)화면보호기 상태에 있는 PC네트워크의 무수히 많은 특이한 기여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아주 큰 규모에서 보면, (2)어떤 연구프로젝트의 화면보호기 쏘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는 것이 곧 그 연구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과 같은 수준에 이르게 된다. 즉 이것은 집단적 지식의 대규모적 재사회화이자 일반지성의 실행인 것이다.


그래도 다듬어야할 부분이 있겠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을 맞았다.

번역은 해당언어사전만으로 불가능하다는, 너무 당연하지만 자주 간과하게 되는 교훈을 되새기며. :P



thanks to 서진

special thanks to 종호 a.k.a. 이부장



:

<연구공간 L> 1주년을 자축하며

사는 얘기 2010. 10. 1. 17:47

노래 한 곡 띄웁니다. 
모두들 수고 많았고, 앞으로 더 수고합시다! 단, 즐겁게! :P







Seasons Of Love from "Rent"



ALL
Five hundred twenty-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Five hundred twenty-five thousand
Moments so dear.
Five hundred twenty-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measure a year?

In daylights, in sunsets, in midnights
In cups of coffee
In inches, in miles, in laughter, in strife.

In five hundred twenty-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A year in the life?

How about love?
How about love?
How about love? Measure in love

Seasons of love. Seasons of love

JOANNE
Five hundred twenty-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Five hundred twenty-five thousand
Journeys to plan.

Five hundred twenty-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the life
Of a woman or a man?

COLLINS
In truths that she learned,
Or in times that he cried.
In bridges he burned,
Or the way that she died.

ALL
It's time now to sing out,
Tho' the story never ends
Let's celebrate
Remember a year in the life of friends
Remember the love!
Remember the love!
Seasons of love!

JOANNE(while ALL sing)
Oh you got to got to 
Remember the love! 
You know that love is a gift from up above 
Share love, give love spread love 
Measure measure your life in love.



:

"It's not your fault."

사는 얘기 2010. 4. 7. 00:51


  INT. SEAN'S OFFICE -- DAY

                                     SEAN
                         Gotta go with the belt there...

                                     WILL
                         I used to go with the wrench.

                                     SEAN
                         The wrench, why?

                                     WILL
                         Cause fuck him, that's why.

               A long quiet moment.

                                     WILL
                         Is that why me and Skylar broke up?

                                     SEAN
                         I didn't know you had. Do you want 
                         to talk about that?
                              (beat)
                         I don't know a lot, Will. But let me 
                         tell you one thing. All this history, 
                         this shit...
                              (indicates file)
                         Look here, son.

               Will, who had been looking away, loos at Sean.

                                     SEAN
                         This is not your fault.

                                     WILL
                              (nonchalant)
                         Oh, I know.

                                     SEAN
                         It's not your fault.

                                     WILL
                              (smiles)
                         I know.

                                     SEAN
                         It's not your fault.

                                     WILL
                         I know.

                                     SEAN
                         It's not your fault.

                                     WILL
                              (dead serious)
                         I know.

                                     SEAN
                         It's not your fault.

                                     WILL
                         Don't fuck with me.

                                     SEAN
                              (comes around desk, 
                              sits in front of 
                              Will)
                         It's not your fault.

                                     WILL
                              (tears start)
                         I know.

                                     SEAN
                         It's not...

                                     WILL
                              (crying hard)
                         I know, I know...

               Sean takes Will in his arms and holds him like a child. Will 
               sobs like a baby. After a moment, he wraps his arms around 
               Sean and holds him, even tighter. We pull back from this 
               image. Two lonely souls being father and son together.


:

세계 베게 싸움의 날

사는 얘기 2010. 1. 21. 14:19

R U ready? :D


On Saturday April 3rd 2010, there will be massive pillow fights in cities around the world! Use this site to locate the nearest one. If you would like to learn how to organize a pillow fight, read the howto guide. Organizers, add your event! Check out the list of cities that participated in 2008 and 2009. Learn more about theurban playground movement.


Ann Arbor, MI

Time: Noon

Location: N/A

Host: A2 Pillow Fight Club

WebsiteFacebook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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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Spain

Time: 18:00

Location: Plaça Catalunya

Websitewww.pillowfightbcn.org

With the collaboration of BarnaM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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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grade, Serbia

Time: 3:00pm

Location: Vukov park

Host: mullala

Website: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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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Germany

Time: 3:00pm

Location: Pariser Platz, Brandenburger Tor

WebsiteFacebook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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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ogna, Italy

Time: 15:00

Location: Piazza Maggiore

Host: FlashMob Bologna

WebsiteFlashMob Bologna

Tags: BolognafightItaliaItalypillowpillow 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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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ton

Time: 3:00pm

Location: TBA

Host: Banditos Misteriosos

Websitehttp://misteriosos.org

More Details T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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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apest, Hungary

Time: 4:00pm

Location: to be announced

Host: 4K! – Negyedik Köztársaság

Websitewww.negyedikkoztarsasag.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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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alo, NY

Time: 3:00pm

Location: LOCATION TBA, April 3rd 11:59am of via Facebook

Host: Buffalo Flashmob

Website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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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

Time: 3:00pm

Location: Columbia, SC

Host: Fan Family Team South Carolina

WebsiteFacebook friend

Twitter@SCPillow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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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Time: N/A

Location: Plaza Hollywood, Diamond Hill

Host: Plaza Hollywood

WebsitePlaza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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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ville, FL

Time: 3:00pm

Location: Riverside Park near 5 Points

Host: Epaeon

Website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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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sas City, MO

Time: 2:00pm

Location: TBA

Host: KC Pillow Fight

WebsiteKC Facebook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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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la Lumpur, Malaysia

Time: TBA

Location: TBA

Host@RandomAlphabets

WebsiteRA – RandomAlphab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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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3:03pm

Location TBC

www.mobile-clubb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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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bourne, Australia

Time: TBA

Location: TBA

Host: This City Lives!

WebsiteFacebook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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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kolc, Hungary

Time: 4:00pm

Location: Miskolc, Hősök tere (Heroes square)

Host: 4K! – Negyedik Köztársaság

Websitewww.negyedikkoztarsasag.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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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ity

Time: 3:00pm

Location: To Be Announced

Host: Newmindspace

WebsiteNewmind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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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Time: 4:00pm

Location: To be announced

Host: Skyz’

Facebook PageEvent On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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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delphia, PA

Time: 3:00pm

Location: TBA

Host: Stealthy ElePHant

Websitewww.stealthyelephan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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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eigh, NC

Time: 3:00 pm

Location: Moore Square – 200 S. Blount St.

Website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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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Diego, CA

Time: 6:00 p.m.

Location: The Fountain in Horton Plaza

Host: People of San Diego!

Website: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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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de Chile, Chile

Time: 14:00 h

Location: Plaza de Armas

Host: Flashmob en Chile

WebsiteFLASHMOB.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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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annah, GA

Time: High Noon

Location: Forsyth Park

Host: Let’s Have Some Fun Y’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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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Paulo, Brazil

Time: 5:00pm

Location: Vale do Anhangabau

Host: @flashmobsp

WebsitePillowfight.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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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Time: 6:00pm

Location: Seoul Plaza City Hall – 서울 시청 

WebsiteFacebook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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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ékesfehérvár, Hungary

Time: 16:00

Location: a Városház téren, az Országalmánál // Town Hall Square, next to the Orb

Host: 4K! Fehérvár

Websiteclick here

Contact: aaron_at.wor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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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ombathely, Hungary

Time: 4:00pm

Location: Fő tér

Host: 4K! – Negyedik Köztársaság

WebsiteNegyedik Köztársasá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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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couver

Time: 3:00pm

Location: Vancouver, BC. Canada

Host: Flash Mob Vancouver

WebsiteFacebook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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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a , Austria

Time: 3:00pm

Host: your mom

Location: Will be revealed by the Pillowfighter via e-mail

E-Mailpillowfightvienna@gmail.com

FacebookFacebook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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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saw, Poland

Time: 2:00pm

Location: TBA

WebsiteEvent on Facebook

Tags: bitwa na poduszkipillow fightpillows are softpoduszki są miękkieWarsawWarsz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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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ürich

Time: 2:00pm

Location: Platzspitz behind Landesmuseum

HostUrban Playground Zürich

Website: See the Facebook Event for d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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