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사랑 노래
백무산
밤안개 젖었구나
뿌연 가로등
사는 일이 고달퍼라
빈 손으로 돌아가는 가슴 아픈 시간
공장의 불빛도 빛을 바래고
새벽에 집 나올 때
등에 와서 박히는
식구들의 밥 걱정 집세 걱정
공장에서 쫓겨난 후 여기 저기
일자리 툇자놓고 툇자맞고
아흐레 일한 공사판에
밀린 노임 받으려다 책상만 엎어 버리고
막걸리 몇 잔에 털리는 가슴
뭐라고 하나 식구들에게
어허, 세상은 비오는 차창처럼
흔들리네 삶도 도시도 사랑도
울며 떠난 이들, 죽어서 떠난 이들
털리는 가슴도 나도 몰라라
골목길 스레트 지붕 어둔 모퉁이
두 남녀 봇짐 하나 껴안고 잠들고
담장 아래 기대선 그림자 또 하나
어떻게 하나 슬픈 사랑들아
뭐라고 하나 털린 가슴으로
덕지덕지 누더기 이리저리 기운 노래
어둔 밤 긴 밤 숨죽여 흐느끼던 밤
오호라 털려라 털려라
이 시대 슬픈 사랑노래여
바닥에서 굳센 노래 솟을 때까지
털려라 털려라 왕창 털려라